AI 생성 결과 포맷이 markdown에서 html로 바뀌는 것의 의미
사람이 직접 문서를 작성할 일이 거의 없어지다시피하는 요즘
하미연6분 읽기
마크다운에서 html로 옮겨가는 산출 포맷
마크다운은 사람과 AI가 함께 작업하던 포맷, html은 오로지 AI만 편집할 때 쓰기 좋은 포맷
마크다운은 가독성이 엄청 좋은 포맷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요구하는 양식이 몇 개 없는 덕에 오히려 글을 더 간결하게 쓰게 하는 효과가 있죠. 특히 heading이 # 개수로 직관적으로 표현되는 까닭에 목차를 만드는 동안 글 전체를 구조적으로 바라보기 좋습니다.
마크다운의 진짜 강점은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AI가 읽기도 편하면서 사람이 직접 편집하는 작업까지 동시에 가능한 포맷이라는 점입니다. html은 그 점에서 다릅니다. html은 브라우저로 열어서 '보기에는' 가독성이 훨씬 좋지만, 그 html 파일을 '편집'하기에는 마크다운 보다 더 불편합니다. 개발자나 익숙할법한 html의 문법을 익혀야 하는게 첫번째 문제구요. 더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만큼 글의 내용보다 그 글을 브라우저에 표현하기 위한 문구의 양이 훨씬 많습니다. 그러니까 AI 산출물이 html이 된다는 건, 사실상 문서 편집은 전적으로 AI에게 위임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도 html이 선호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마크다운은 heading, 강조/이탤릭, quote 정도가 글의 내용과 위계, 중요도를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거의 모든 수단인데요. html은 그 자체로 하나의 웹페이지이기 때문에 사실상 무한대의 방식으로 시각적 표현을 만들어냅니다. AI로 만들어진 산출물이 어디서나 쏟아져 나오면서 마크다운 양식에 눈이 좀 지루해진 시점이라, 시각적 신선함을 다시 불어넣는 효과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같은 문서를 마크다운으로 볼 때
같은 문서를 html로 볼 때
마크다운 viewer들의 한계
여기서 마크다운 양식의 약점도 한 번 짚고 싶은데요. 누구나 컴퓨터에 깔려 있는 브라우저가 html의 viewer 역할을 한다는 점은 꽤 큰 장점입니다. 어차피 편집은 AI에게 맡기기 때문에 사람은 보는 작업에만 집중한다면 브라우저 하나로도 충분합니다.
마크다운 viewer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제가 그동안 써본 것들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VS Code: 기본적으로 프로그래밍용 툴이라 마크다운 only로 작업하기엔 오히려 가독성이 떨어집니다. 마크다운 원문 그대로 표시되고, 양식에 맞는 시각화를 적용하려면 별도 plugin을 깔아야 합니다. 여러 plugin을 시도해봤는데 viewer로서는 괜찮지만, editor로서 시각화가 적용된 그 상태 그대로 편집하는 기능은 원활하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 옵시디언: 마크다운 editor로서는 현재로서 가장 나은 선택입니다. 다만 저는 소스코드가 들어있는 폴더가 섞여 있으면, 즉 지금 열려는 경로에 파일 개수가 매우 많으면 옵시디언 창 자체가 잘 열리지 않는 현상에 시달리는데요. 주위 팀원에게 물어보면 저만 이런 현상을 겪는 듯해 해결책을 모르겠어서 골치입니다.
- Bear 등 App Store에 있는 viewer: 꽤 여러 개가 있지만 대부분 Notion처럼 자체 생태계 안에서 파일을 만드는 걸 강제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즉, 파일을 내 로컬에 저장한 채 그걸 열어보는 editor로만 쓸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iCloud 동기화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지만, 굳이 클라우드를 거치게 되면 편집 후 자동 저장 속도가 느려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html은 이런 문제들에서 상당히 자유롭습니다. 프로그래밍 전용 툴인 VS Code와 잘 어울리면서, 시각화된 형태는 크롬이든 사파리든 아무 브라우저로 보면 됩니다. 도구 선택의 피로가 훨씬 덜한 편입니다.
최근 Notion으로 관리하던 문서를 웹페이지로 만들었던 경험
하반기 로드맵을 Notion이 아니라 웹페이지로 만들기
가만 생각해보니 html을 쓰더라 하는 글을 보기 전부터 같은 방식을 개인적으로 쓰고 있었습니다. 최근 회사에서 제품팀이 Notion을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제품팀 외부와 소통할 때나 일부 예외적인 경우에만 Notion을 쓰고, 제품팀 내부 문서는 모두 '웹페이지 개발'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사실 솔직히 얘기하면 그 문서들의 내용이 꼭 웹페이지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상호작용 가능한 시각화 형태를 요구하는 건 아닙니다. Notion으로도 충분히 작성 가능한 수준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제가 Notion에 직접 써도 비슷한 시간이 들법한 내용입니다.
그럼에도 로컬 파일로, html 혹은 js 코드로 작성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AI와 '함께' 작업해야만 한다"는 조건이 반드시 전제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하반기 로드맵을 짠다고 해보겠습니다. 제품팀 목표, 프로젝트의 목록, 일정 타임라인. 이는 모두 Notion에 매우 편하게 적을 수 있는 단순한 텍스트와 날짜의 조합으로 표현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로드맵 작성에 도움이 될 만한 온갖 맥락 정보가 제 로컬에 마크다운 파일로 쌓여 있습니다. 물론 이 맥락 데이터들도 그동안 AI와 함께 작업해온 결과물이고요.
맥락 정보와 함께 AI와 하반기 로드맵을 작성했다고 했을 때, 이걸 굳이 손으로 Notion에 옮겨야 할까요? 어차피 구독 요금제를 써서 토큰이 모자라는 것도 아닌데, 사내 지식 공유용 웹페이지로 만들어버리면 작업이 훨씬 편리합니다. 일단 수동으로 Notion 페이지에 옮길 필요가 없습니다. Notion MCP로 AI에게 대신 만들라고 시킬 수도 있지만, 그렇게 따지면 AI가 Notion에 문서를 만들든 웹페이지를 만들든 토큰을 소모한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더구나 웹페이지로 만들면 Notion의 양식을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한다는 제약에서 벗어나 더 자유자재로 의도를 표현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웹페이지는 이제 서비스가 아니라 '문서'의 한 형태
작년만 해도 팀원에게 시각적으로 문서를 잘 공유하겠다고 웹페이지를 개발한다는 건 비상식적으로 비효율적인 방법을 택했다 한 소리 들을 짓이었습니다. 얻을 장점은 크지 않은데 소모되는 시간이, 하물며 비개발자인 PM이 웹페이지를 만든다고 치면 가성비가 전혀 안 나오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AI가 프로그래밍 진입장벽과 소요 리소스를 빠르게 줄입니다. 단순히 누구나 앱을 만들어 창업한다는 정도의 의미가 아닙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주고 받는 문서의 형태, 다시 말해 데이터를 일정한 형태로 재구성하고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는 방식 그 자체가 바뀔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웹페이지는 말하자면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스케치북입니다. 그러나 그동안은 스케치북 자체의 가격과 그림 그릴 줄 아는 스킬의 난이도가 높다는 이유로, 웹페이지는 '서비스의 형태'로만 제공될 뿐 '일하는 도구'로는 여겨지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웹페이지가 누구나 작성할 수 있는, docx나 xlsx와 같은 결의 데이터 표현 양식이 되어가는 셈이죠.
데이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바뀐다는 것
직접 편집이 아니라 "대화"로 이루어지는 작업
html 포맷이 대세가 된다는 건 그래서 어떤 의미일까요. 저는 이제 사람은 AI와 함께 작업할 때 직접 개입을 거의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html을 VS Code로 열어볼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대부분 한쪽 모니터에 브라우저, 다른 한쪽 모니터에 터미널 같은 AI Agent 대화용 툴을 켜두는 형태가 되겠죠. html로 보고 있는 문서의 어느 끝자락에 오타 하나가 있어도 굳이 VS Code를 켜서 직접 편집하지 않을 겁니다. AI에게 오타가 있는 위치를 대화로 알려줄 뿐입니다.
문서 편집기를 열고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써내려가는 방식이 아니라, AI에게 지시 → 결과물 검토 → 수정사항 요청이라는 '대화'의 방식으로 옮겨가는 거죠. 데이터를 다루는 인터페이스 자체가 바뀌는 셈입니다.
"대화"도 마우스 커서 같은 새로운 인풋으로 확장중
그런데 그나마 오래 유지돼온 '대화'라는 상호작용 방식조차 언제 또 격변할지 알 수 없습니다. 최근 Google이 마우스 커서를 이용한 AI와의 상호작용 방식을 새롭게 제시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A 사진에 손글씨로 적혀 있는 주소를 커서로 가리키고, B 사진에 그려진 지도 위치를 커서로 가리킨 후 "여기서 저기로 가는 길을 알려줘"라고 하면 AI가 답을 알려주는 식입니다. 지금까지 AI에게 주는 모든 인풋은 결국 텍스트였는데요. 키보드로 타이핑을 치건 음성 인식을 쓰건, 최종적으로 텍스트로 변환돼 쓰인다는 점은 같았습니다. 여기에 마우스 커서가 가리킨 위치라는 새로운 인풋 데이터가 추가되는 것이죠.
AI가 등장한 이후로 모두가 도스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텍스트로 가득 찬 터미널 프로그램에 명령어만 치고 있는 듯한 상황이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마크다운에서 html로 바뀐 것이 그저 산출 포맷 하나의 교체가 아니었듯, 마우스 커서가 인풋으로 추가되는 것 역시 단순한 입력 수단의 추가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새로운 상호작용 방식이 지속적으로 더해지면서 우리의 일하는 일상이 또 어떻게 바뀔지가 몹시 기대됩니다.

